12869 | 2014.12.16 |
건선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그 중간 기전에 피부의 면역 세포가 작용하는 질환입니다. 양방적으로 건선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외용제인 스테로이드 제제는 대표적인 면역 억제제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전에 의해 건선이 면역과 관련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쉽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건선은 의사 뿐 아니라 환자도 함께 노력하여 치료하여야 하는 만성 난치성 질환입니다. 적을 자세히 아는 것만큼 적을 무찌르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겠지요. 면역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가능한 한 쉽게 이해가 가도록 설명할테니 편하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건선은 은백색의 인설을 동반한 넓은 판이 피부 위에 생기는 질환입니다. 각질층 위에 각질층이 하나 더 얹어져 있는 것과 같습니다. 건선이 발생한 곳은 정상 피부에 비해 피부 각질층이 두텁고 거칩니다. 건선이 있는 피부 조직과 정상 피부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정상 피부 조직은 상피층의 두께가 얇고 정렬되어 있지만 건선 피부 조직은 상피층이 매우 두겨우며 복잡하게 변형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건선의 발병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요소, 유전원인과 물질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과정에 면역 관련 세포들의 이상으로 최종적으로 건선이 만들어 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몸에서 외부에 대항하는 면역을 관장하는 세포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혈병이라는 것에 관여하는 백혈구가 대표적인 면역 세포입니다. 또 다른 면역 세포 중에는 T세포라는 것이 있습니다. 건선에는 이 T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T세포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피부에서 우리 몸이 ‘내가 아닌 것’(비자기)라고 인식되는 물질이 생기면 T세포는 이 물질을 무찌르기 위해 염증인자들을 내 보냅니다. 피부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였을 때, 즉 내 몸으로 내가 아닌 것이 들어왔을 때 T세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비자기’라고 인식하여 공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 보내는 공격 물질들이 일으키는 것이 염증반응입니다. 하지만 건선 환자에게서는 이러한 싸움이 ‘내가 아닌 것’이 아니라 ‘나’ 를 대상으로 하여 일어납니다. 나쁜 물질이 침투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T세포가 ‘나’에게 공격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일단 유전적, 환경적,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건선이 시작되게 되면 면역세포들이 과다하게 작용하면서 피부에 염증이나 세포의 과다한 증식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선 피부는 정상 피부에 비해서 각질세포의 생성 주기가 7~8배 정도 빠르게 일어납니다. 내 몸에서 정상 피부를 버려야 할 세포로 인식하고 7배나 빨리 새 피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위로 상피 세포가 과다 증식하여 융기된 넓은 판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항진된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제가 스테로이드 제제입니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염증 제제입니다. 표피로 가는 혈류량을 줄이고 염증 반응을 상위에서 차단하여서 이렇게 T세포가 계속해서 염증 관련 물질을 분비하여 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것을 막습니다. 말하자면 피부에서 내가 나를 대상으로 하여 잘못된 전쟁을 하고 있으니 전쟁이 커지지 않도록 군사가 다니는 길을 차단하고 보급품을 중간에서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내 피부는 겉으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쟁이 멈춘 것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전쟁을 하고자 하는데 길을 막아 놓아 싸움을 못 하는 것입니다. 또한 길이 막혀있으니 정상적으로 길을 가야 하는 정상 면역 세포들도 덩달아 해당 피부로 가지 못하여 정상 면역 기능도 약해집니다. 피부는 위축되고 막힌 혈관 주변으로 혈류가 가려고 하다 보니 정맥이 울혈되어 쉽게 피부가 붉어집니다. 전쟁을 안 하려고 무기 공장만 휴업하는 게 아니라 모든 공장에게 휴업 명령을 내리는 것입니다.
물론 일시적이고 급격한 질환에는 이러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선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질환이므로, 이러한 계엄 상태를 지속한다면 내 몸이 망가지게 되겠지요? 따라서 건선과 같은 질환에서 특히 근본 치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결국은 전쟁을 하는 내 몸을 계엄상태로 만드는 것은 근본 치료가 아닙니다. 내가 내 몸을 대상으로 전쟁을 하는 것을 멈추도록 만드는 것이 근본 치료가 되겠지요. 이러한 불균형의 상태를 회복하고, 내 몸이 내 몸 안의 독소를 대상으로 공격하는 것을 멈추도록 독소를 배출하고 정화시키는 과정을 거친다면 T세포의 이상한 전쟁은 비로소 끝이 나게 되고, T세포는 진짜 ‘비자기’인 세균과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건강한 면역세포로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