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2 | 2017.07.14 |
항생제 오남용과 장 면역, 아토피 피부염의 연계도
항생제를 먹일 것인지, 말 것인지 그리고 항생제가 필요한 건지 아니면 전혀 먹이지 말아야만 하는 것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늘 고민이 되고 헷갈리는 것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항생제가 꼭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중이염, 폐렴, 요로감염 등 세균성 원인의 질병은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치명적인 후유증을 피할 수 있습니다.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래 항생제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세균성 감염증들을 쉽게 극복할 수 있게 커다란 도움이 되어왔습니다.
무조건적인 약물 공포는 옳지 않으며 약을 쓰지 않는 것만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해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씀드리는 오남용은, 소아과에서 항생제 처방의 75%가 디테일한 감별 없이 단순 감기 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쓰이는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감기는 흔한 질병이지만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경우는 드뭅니다. 감기라 하면 보통 급성 상기도 감염으로, 급성 바이러스성 비인두염이 대부분이지요.
부비동염 또한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바이러스성 부비동염이 98%에 달합니다.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세균성 부비동염은 바이러스 부비동염의 약 0.5 –2%정도에서 2차적 세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합병증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부터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인식 주간으로 정하고 나라별로 항생제 내성 예방 캠페인을 벌이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천만 명이 내성균에 의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항생제 오남용의 결과로 많은 다제 내성균 (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 )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2만명이 넘는 인구가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감염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국제 사회도 신종감염병과 비슷한 파급력을 가진 항생제 내성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2016년 9월에 개최된 유엔총회에서 항생제 내성 해결을 위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이 그 예입니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는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2016∼2020년)을 수립해 5년 후에는 인체 항생제 사용량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낮추고 항생제 복용이 불필요한 감기의 항생제 처방률을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점은 항생제의 내성 문제뿐만 아닌 장내 세균들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아이들이 복용하는 항생제는 유해균과 유익균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박테리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균들까지 모두 사멸시키지요.
우리 몸속에 곰팡이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어쩐지 꺼림칙하지만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의 몸에도 곰팡이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장 내 세균들 중, 우리 몸에서 필수적인 유익균들이 하는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유해한 곰팡이가 창궐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일입니다.
건강한 장에서는 칸디다와 같은 곰팡이들이 유익균,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프로바이오틱스인 락토바실러스균이나 비피더스균에 의해 잘 통제됩니다. 그런데 외부적인 원인으로 인해 유익균들이 많이 죽게 되면 곰팡이 통제 시스템이 무너지고 곰팡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게 됩니다. 항생제의 잘못된 복용이 장 속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다한 곰팡이균의 활동 중 하나는, 피부 표면의 가려움증부터 피부 아래의 심부, 조직에서부터 유발되는 소양감, 그리고 다양한 염증 증상을 지속되게 하는 것입니다.
무언가 떠오르시지요? 네, 아토피 피부염 증상 또한 이와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해볼까요?
곰팡이 통제 시스템이 무너진 아이들의 장에는 곰팡이 균들이 이미 많이 번식해 있습니다.
이 곰팡이들이 체내에 오래 머물면서 균사(mycelia)라는 형태로 변형되는데, 균사 분자들은 폭탄과 같은 형태로 뾰족한 가시를 달고 있으며 이는 쉽게 제거되지 않습니다.
곰팡이들이 죽을 때에는 엄청난 양의 독소들을 배출하며 피부 아래에 무언가가 기어 다니는 느낌을 주고 견딜 수 없는 가려움증을 유발하며 발진이 돋게 합니다.
실제로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환자의 생혈액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균사 형태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들이 혈액 내에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곰팡이 감염증은 새는 장 증후군( Leaky gut syndrome )과 맞물려 약해진 장 점막을 통해 혈액 내에서 면역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신경 독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 현상들이 항생제의 단회 복용만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진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장내 세균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요건들로는, 무분별한 약물 사용뿐만 아니라 유익균이 살아남기 힘들고 유해균이 번식하기 쉽게 만드는 잘못된 식습관 등도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앞서 분명하게 말씀드렸듯 항생제가 필요한 질환에 대해서는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 하에 꼭 사용하셔야 합니다. 하나의 예시로, 아이가 3일 이상 40도 이상의 고열 증상을 보인다면 세균성 감염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무분별한 항생제의 사용에 대해 더욱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항생제를 꼭 사용해야 하는 경우 프로바이오틱스의 추가적인 섭취를 통해 장내 유익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항생제를 처방받았으나 꺼림칙하여 처방 받은 양과 기간을 임의로 줄이는 것은 금해야합니다. 이는 균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항생제 내성을 유발
하는 원인이 됩니다. 세균을 억제하고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동안 항생제의 최소 혈중
농도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처방받은 내용대로 복용을 끝마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