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 | 2024.01.31 |
젊음의 상징인 여드름이 사춘기도 한참 지난 나이에도 계속된다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한두 개 잠깐 생긴 여드름은 애교스럽게 봐줄 수 있지만 턱, 볼, 이마에 좁쌀여드름이나 왕여드름까지 생긴다면 보통 일이 아니게 됩니다. 신경이 자꾸 쓰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더 심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드름은 왜 생기는 것인지 알아보고 피지가 왜 안 나오고 막히는 상황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드름은 모공 속 털이 올라오는 통로에 피지샘이 배출한 피지가 잘 배출되지 못하고 큰 덩어리를 만든 상태입니다. 이러한 덩어리는 면포라고 하고 면포 끝이 피부로 막혀 있으면 화이트헤드, 면포 끝이 열려 산화가 되면 블랙헤드라는 표현을 합니다. 염증이 없는 상태를 보통 좁쌀여드름, 면포성여드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피부상재균 중 이러한 피지를 좋아하는 여드름균이 모공 속으로 침입하여 과증식하고 염증을 유발하게 되면 염증성 여드름, 염증 후 고름이 생기면 화농성 여드름이라고 합니다. 손을 자꾸 대거나 압력을 잘못 줘서 또는 면포가 너무 커져서 모공 내의 약한 피부층을 터트리면서 피부 깊숙이 폭발적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딱딱해지는 결절성 여드름이라고 합니다.
피지가 털을 따라서 잘 배출된다면 털은 윤기가 나고 피부는 보습 보호가 되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피지가 모공 속에서 갇혀 과증식하면 여드름이라는 문제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피지가 갑자기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상황에 대한 고려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번에는 왜 피지가 나갈 수 없도록 모공이 막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이물질에 의해서 모공이 막힌 상황입니다. 청소를 오랫동안 하지 않은 방구석에는 먼지뭉치가 자리 잡듯이 모공도 먼지가 끼기 쉬운 부위입니다. 피지와 먼지와 탈락된 각질이 뭉쳐서 모공을 막으면 피지는 제대로 밖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드름에 꼼꼼한 세안을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세안을 안 해서 여드름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장품 성분이 모공을 막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여드름이 잘 나는 분들이 컨실러나 액체형 파운데이션이나 끈적한 선블록을 오래 바르시고 특히 이런 상태로 땀이나 열이 나는 상황을 만드시면 피지량이 느는데 배출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유발합니다.
두 번째는 각질의 과증식에 의해서 모공이 막히는 경우입니다. 각질의 과증식은 남성 호르몬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사춘기가 아닌 상황에서도 남성 호르몬이 폭발하는 때는 바로 스트레스 상황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안드로겐이라는 남성호르몬을 분출하게 되는데 이 남성호르몬은 피지량은 늘리고 각질의 과생성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잠을 못자고 스트레스 받으면 얼굴에 개기름이 끼고 거칠어지면서 안색이 칙칙해지는 것입니다. 그러한 과증식된 각질이 모공을 막아서 피지의 배출을 막기 때문에 치료법으로 각질 제거, 필링(peeling)이 활용됩니다. 레이저시술이나 스크럽 같은 물리적 필링, AHA BHA 같은 약산을 통한 화학적 필링은 마치 때 벗긴 피부처럼 부들부들하게 만들고 피지 배출을 용이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빈번하고 강한 필링 자극은 피부를 민감하게 만들고 접촉성피부염이나 지루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피부 자체의 혈류량이 떨어져서 모공이 수축된 상태입니다. 기력이 부족하고 운동량도 적고 식사 대신 빵 과자만 먹고 땀도 흘린 적이 거의 없고 약간의 빈혈기를 가지고 계시는 여성분들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런 분들은 몸의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피부로 가는 혈류량 자체가 적고 열이 뺏기지 않도록 수축되어있습니다. 겨울철 피부를 생가하면 되는데 피지도 적지만 모공이 수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약간의 생활관리, 열관리, 스트레스관리, 식이관리가 무너지면서 피지량만 늘면 수축된 모공 속에 갇힌 좁쌀여드름 같은 형태로 돌변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꼭 땀을 내야만 모공이 열리고 피지가 수월하게 배출될 수 있습니다. 한방치료에 있어서 기력을 올리고 체표 쪽 혈류량 증가를 돕고 땀을 유발하는 치료는 이러한 경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드름의 여러 원인 중 모공이 막히는 상태에 대해서만 살펴봐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단순하게 꼼꼼한 세안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오히려 피부재생도 더딘 분들한테 피부 상처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