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 2025.01.21 |
호킹의 '마지막 우주론'<시간의 기원 On the origin of Time>
심신의학적으로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가 궁금해지고 우주론에도 관심이 생기게 됩니다. 동양적인 우주론은 [무극]이 [태극]이 되고 [음양]이 발생한 후 [만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러한 우주론은 사상체질처럼 한의학적으로 질병의 진단과 치유에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번에 호킹의 ‘마지막 우주론’인 <시간의 기원> 책이 출간되어 최신의 우주론을 무척 흥미롭게 읽게되었습니다.
호킹은 그의 마지막 우주론에서 아이작 뉴턴의 엄밀한 수학과 찰스 다윈의 깊은 통찰을 하나로 연결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후에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뉴턴과 다윈의 무덤 사이에 안치되었으니, 이보다 더 적절한 장소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책 <시간의 기원On the origin of Time>은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의 이름을 차용해서 지은듯 합니다. 기존의 '빅뱅 우주론'에 '다윈의 진화론'을 '양자우주론'을 이용해서 합친 내용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토마스 헤르토흐라는 벨기에 출신의 학자로 호킹과 함께 우주의 기원을 20여년을 연구하였고 호킹이 2018년에 세상을 떠난뒤에 이론을 마무리하여 이번에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어렵지만 제 수준에서 주요내용을 쉽게 정리해보고 흥미로왔던 세세한 부분들도 이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신을 믿지 않았기에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했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 이론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중우주(멀티유니버스)론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중우주 이론상 우리는 다중우주를 가 볼 수도, 조사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에 다중우주를 인정하는 순간 과학적인 평가를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빅뱅이후에 우주는 완전히 균일한 가스체처럼 되거나, 완전히 뭉쳐져 사라지거나(빅크런치) 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아주 희박한 확률의 사건인 원자가 생기고 별이 생기고 생명체가 나타난 이유(설계된우주=생명친화적우주)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이것을 다중우주이론으로 설명하거나 (마치 창조주가 있는 듯) 어떤 특별한 섭리를 통해 생명체가 만들어졌다고 해석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호킹은 이런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양자이론이 발전하면서 호킹은 빅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었는데, (창조주가 빅뱅을 일으켰다고 해도 뭐라 반박할 수 없었던) 기존의 빅뱅이론대신 무경계가설nonboundary proposal이라는 빅뱅에 대한 양자적인 해석을 내놓습니다. 무경계가설에서는 빅뱅이전은 존재하지 않기에 빅뱅이전에 (창조주던 무엇이건) 무언가 있었다는 표현을 쓸 수 없습니다. 남극의 남쪽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호킹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체를 신이 창조했다는 창조설을 과학적으로 뒤엎은 내용입니다. 이것이 호킹의 ‘하향식 우주론’입니다.
호킹은 양자이론의 [관찰자효과]와 [양자얽힘]등의 이론이 합쳐지면 현재의 우리 우주가 과거에 어떤 경로로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게다가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중에 우리가 원하는 멋진 미래를 우리 인류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창조론, 궁극의 질서의 우주, 최종원인 Final cause
스티븐 호킹은 신을 믿지 않았기에 창조주가 세상을 창조했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 이론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이점은 아인슈타인도 비슷했기에 우주에 시작이 있다는 빅뱅이론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p92
르메르트 : 다시 말해서,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인슈타인 : 정말 끔찍한 생각이군요.
p93
1930년대 초의 어느날,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와 산책을 하면서 조용하게말했다.
"우주에 시작이 있었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든 폐기되어야 합니다. 기독교의 창조설과 너무 비슷하잖아요."
참고로 아인슈타인이 만든 상대성이론을 계산하다보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게 되어서 본인이 당황하게 되었는데 아인슈타인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우주가 아닌) 우주가 궁극의 수학적인 규칙에 의해 완성된 절대적인 공간이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한편 허블이란 사람은 이러한 계산결과는 모르는채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밝혀내면서 빅뱅이론은 실제의 사건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호킹은 예전의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는 우리가 우주의 근원을 파악하다보면 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한적도 있었으나 결국은 창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창조론은 이론물리학자 분들에게는 (믿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인듯 합니다.
반면 빅뱅을 수학적으로 발견한 르메르트는 신의 존재를 어느정도 암시합니다.
우주가 탄생하던 순간에 시간과 공간을 논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과 공간은 최초의 양자가 충분히 많은 수로 나뉘어졌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이 생각이 옳다면 우주는 시간과 공간보다 조금 먼저 탄생했을 것이다.
르메트르가 네이처에 기고한 글 p132
"아 그거? 원시원자가 바로 하느님이었어!"
아래 내용은 아인슈타인이 바랬던 궁극의 질서의 우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최종원인 Final cause 과 같은 내용입니다.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은(그리고 일반인들은) 우주가 궁극의 원리에 의해 질서있게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합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 질서가 없다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노벨상 수상자이자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셸던 글래쇼는 1992년에 출간한 저서 <과학의 종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세상의 원리를 이해할 능력이 있다. 우리는 영원하고 객관적이면서 역사를 초월해 있고, 사회적으로 중립적이면서 외부지향적이고 범우주적인진리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중우주론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와 같은 관점을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간단히 말해서 물리학은 궁극적으로 시간을 초월한 토대 위에 안정적으로 놓여 있다는 것이다.
p300
다중우주이론 / 인플레이션이론
호킹은 마찬가지로 다중우주(멀티유니버스)론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중우주 이론상 우리는 다중우주를 가 볼 수도, 조사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p419
"나는 다중우주를 인정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마블 영화에서 멀티버스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에 우리에게 친숙한 내용
우주는 왜 생명체에 우호적인 곳이 되었는가?
(설계된 우주=생명친화적 우주=망설이는 우주)
과학자들은 빅뱅이후에 우주는 완전히 균일한 가스체가 되거나, 완전히 뭉쳐져 사라지거나(빅크런치) 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아주 희박한 확률의 사건인 별이 생기고 생명체가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이것을 다중우주이론으로 설명하거나 창조주처럼 어떤 섭리를 통해 생명체를 만들어냈다고 해석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호킹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너무 차가워도 안되고, 완전 뜨겁다가 잠시 멈췄다가 서서히 따뜻한 곡선만이 우리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우주가 됩니다. 밥지을때 뜨거우면 타버리고, 차가우면 안익고, 뜸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과 유사합니다^^
호킹이 우리의 우주를 “설계된 우주”라고 표현한 이유는 극도로 격렬한 탄생과정(빅뱅-인플레이션)을 거쳤음에도, 모든 변수가 수십억 년 후에 태어날 생명체의 생존에 적합하도록 세팅되었기 때문이다.
p23
마치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법칙이 인간이란는 존재에 부합되도록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 같다. 황당한 소리 같지만 사실이 그렇다. 대체 누가, 어떻게, 왜 이런거대한 계획을 세운 것일까?
p49
드메르트는 우주의 역사와 태양계의 나이 사이에 발생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별과 행성,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도록 우주팽창이 아주 느리게 진행된 시기”가 존재했다고 결론지었다. 우주가 팽창할까 말까 망설였다는 뜻에서 ‘망설이는 우주’로 명명한 것이다. 르메르트의 연구 결과에 한껏 자극받은 물리학자들은 향후 수 십년간 우주의 특성을 파고든 끝에 ‘운 좋은 우연의 일치’를 여러 개 발견했다. 원자와 분자에서 방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갖고 있는 물리적 특성을 조금이라도 바꾸면 우리 우주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불모지로 돌변한다.
p45
무경계가설nonboundary proposal
양자이론이 발전하면서 호킹은 빅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었는데, 창조주가 빅뱅을 일으켰다고 해도 뭐라 반박할 수 없었던 기존의 빅뱅이론대신 무경계가설nonboundary proposal이라는 빅뱅에 대한 양자적인 해석을 내놓습니다. 무경계가설에서는 빅뱅이전은 존재하지 않기에 빅뱅이전에 창조주던 무엇이건 무언가 있었다는 표현을 쓸 수 없습니다. 남극의 남쪽이라는 말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그는 말년에 최종 이론을 구축하면서 빅뱅 무렵의 시공간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태초의 무는 우주가 탄생할 수도, 탄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텅 빈 진공이 아니라, 시공간과 무관하고 심지어 물리법칙과도 무관한 인식론적 지평선에 가깝다”고 주장한 것이다. 호킹의 최종 이론에서 ‘시간의 기원’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시작점이 아니라,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과거의 한계점이다.
p432
“우주의 시작점으로 다가가면 시간이 공간으로 변한다”
p409
홀로그램의 관점에서 볼 때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은 등골이 가장 오싹한 순간이다. 그 시점에 도달하면 얽힌 큐비트(정보)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시간의 기원이다.
p415
이런 점에서 볼 때 호킹의 최종 이론은 결국 “최종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으로 요악된다.
p434
진화론적 우주론, 하향식 우주론
호킹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체를 신이 창조했다는 창조설을 과학적으로 뒤엎은 내용입니다. 이것이 호킹의 ‘하향식 우주론’입니다.
다윈이 말한 “변이와 선택의 상호작용”이 태초의 우주에도 비슷한 형태로 존재했던 셈이다.
p274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로, “물리법칙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는 오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는 곧 물리법칙의 일부는 수학적 필연성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나타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p71
생물학적 진화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지구의 생명계가 지금과 같은 계통수를 갖게 된 이유를 인과율에 입각하여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생물학자들이 계통수의 분기점을 설명할 때 시간이 흐르는 순서대로 따라가지 않고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p289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의 저서 <경이로운 생명>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시간을 되돌려서 생명의 역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다른 진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다.”
p66
우리가 양자우주론에서 배운 것은 생물학적 진화와 우주의 진화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거대한 계통수 줄기의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뻗어나온 줄기라는 사실이다. 생물학적 진화가 고도로 복잡한 영역에서 뻗어나온 줄기라면, 우주의 진화는 천체물리학과 지질학, 화학이 관련된 하위수준(덜 복잡한 영역)에서 뻗어나온 가지에 해당한다....다윈의 계통수와 르메르트의 망성이는 우주는 하나의 역사에서 갈라져나온 두 개의 가지인 셈이다.
p435
관찰자효과, 양자얽힘, 최종이론final theory, 인류의미래
호킹은 양자이론의 [관찰자효과]와 [양자얽힘]등의 이론이 (복잡하게) 합쳐지면 현재의 우리 우주가 과거에 어떤 경로로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게다가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중에 우리가 원하는 멋진 미래를 우리 인류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인류가 [드넓은 우주의 그저그런 작은 먼지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 우주의 적극적인 창조자]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호킹의 최종이론의 아름다운 점인듯 합니다.
호킹은 시간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누군가가 만물의 이론을 발견한다 해도, 그것은 방정식과 법칙의 집합일 뿐이다. 방정식에 생명을 불어넣는 원천은 무엇인가?” 하향식 철학으로 전환한 호킹의 대답은 “관찰자observership"였다. 우주가 우리를 창조했듯이, 우리도 우주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p 359
양자이론의 중심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을 “이미 일어난 일”로 변화시키는 관찰 행위(관측자와 관측대상의 상호작용)는 우주를 점점 확고한 실체로 만들어 가고 있다. (양자적 의미의) 관찰자는 우주에 주관적이고 섬세한 요소를 불어넣는 창조적 역할을 수행한다.
p427
하향식 우주론은 “우주와 우리의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p419
하향식 우주론에서는 법칙이 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법칙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p433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전 소랑 로베르트 데이크흐라프는 얼마전 <콴타메거진>에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은 훨씬 큰 전경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방대한 나머지 부분은 지금도 우리에게 발견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P438
"관측자와 완전히 무관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이론을 찾겠다“던 그(아인슈타인)의 꿈도 이룰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p31
이 전환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도약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과거에도 도약은 여러번 있었지만, 전과 후가 이 정도로 차이 나는 도약은 지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아니, 우주 전체를 통틀어 처음일 수도 있다.
P439
휠러는 양자적 입자를 언급하면서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고 선언했다. 훗날 호킹은 이 명언을 양자우주에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업그레이드시켰다. “질문이 없으면 과거도 없다”
p342
가능성의 영역에는 무수히 많은 질문의 답이 존재하지만 질문을 통해서만 답을 알 수 있다. 양자우주(우리우주)에서 유형의 물리적 실체는 끊임없는 질문과 관측을 통해 드넓은 가능성의 지평선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p328
호킹은 지구 행성이 미래를 향해 현명하고 안전하게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용감한 질문과 심오한 답변”이라고 했다.
p445
연구 초기 단계에 호킹의 목적은 시간이 시작되던 순간에 주어진물리적 조건으로부터 '설계된 우주'의 비밀을 푸는 것이었다(물론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빅뱅 깊은 곳에 숨겨진 수학이 "우주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인과적으로 설명해준다고 가정했다. 다시 말해서, 물리적 우주(또는 다중우주)를 대체할 최종 이론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호킹은 우주론을 거꾸로 뒤집은 후,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선택한 하향식 관점이 물리적 실체와 법칙 사이의 계층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하향식 철학에 의하면 우주는 법칙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자기조직적:self-organizing 실체이며, 그 안에서 온갓 패턴이 모습을 드러낸다(즉 '창발'한다). 이들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을 우리는 물리법칙이라 부르고 있다. 하향식 우주론에서는 법칙이 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법칙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존재의 근원을 묻는 질문에 답이 존재한다면, 그 답은 바깥이 아니라 이 세상 안에서 찾아야 한다.
호킹의 마지막 메세지
호킹이 평생을 두고 추구해온 이념은 2018년 6월 15일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그의 안치식에서 우주로 전송된 그의 작별 메시지에 잘 요약되어 있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우리는 분명히 하나입니다.
분열되지 않은 '하나'만이 눈에 들어올 뿐입니다.
그 단순한 풍경은 우리에게 하나의 행성, 하나의 인류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가 느끼는 경계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는 국적과 인종을 떠나 세계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다가올 미래를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아래부터는 기타 내용들 입니다.
호킹의 유머
호킹은 유머의 달인이었나 봅니다. 많은 일화가 있겠지만 발표전날 더블인의 한 술집에서 음성합성기의 볼륨을 잔뜩 높이고 환한 미소와 함께 외친내용도 재밌습니다.
“말리지 마세요. 나는 내일 커밍아웃할 겁니다.”
p392
그 이전에 호킹은 블랙홀의 내부 정보는 파괴된다고 했었는데 이제 입장을 180도 바꿔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바꾸게 된 것을 커밍아웃으로 표현합니다^^
참고로 호킹 사후에 양자적 얽힘 때문에 웜홀이 발생하여 정보가 나올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어 호킹의 이론을 강력하게 밀어주는 내용이 알려집니다. 게다가 이 양자적 얽힘이 홀로그램 우주의 특성의 원천으로 볼 수 있는데 우리 우주의 비밀을 밝혀줄 획기적인 내용으로 기대됩니다.
그가 생전에 항상 생각해 왔던 두가지 주제 (블랙홀과 초기 우주)가 새로운 수준에서 서로 연결되었음을 알게 된다면,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날지도 모른다.
p401
놀라운 이론물리학자들의 예측
그는 1960년대 말에 전자기력과 약학 핵력을 약전자기력이라는 하나의 힘으로 통일하여 표준모형의 기초를 세운 사람이다. 표준모형으로 계산된 이론값은 실험으로 얻은 값과 소수점이하 14자리까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정도면 물리학 역사상 가장 정확한 이론으로 손색이 없다.
p79
책을 읽다보면 불과 100여년 사이에 엄청나게 발전해온 물리학의 역사가 느껴지고 그동안 이론물리학자 분들의 고군분투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난한 계산과 예측이 실제의 측정결과와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경우를 볼때면 소름쫙! 전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게다가 몇 년 사이에 아인슈타인과 호킹은 옛날 사람이 될 정도로 새로운 사실이 끊임없이 증명되고 발견된다는 점도 멋지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이 책의 내용도 몇 년뒤에는 최신 이론이 아니라 좋은 고전 정도가 될 것입니다.
실제와 이론이 딱!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제일 똑똑할것 같은 이론물리학자들이 아직 우리 우주의 5%정도밖에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입니다.
흥미로운 내용들
블랙홀에서 증발하는 입자와 내부로 빨려 들어간 입자사이에 얽힌 관계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쌓이다 보면 사건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웜홀로 발전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마치 호킹복사의 구성 입자들이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파트너 입자들과 함께 시공간의 다리를 조금씩, 꾸준히 조립하여 블랙홀을 은둔자의 왕국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바꿔놓는 것과 비슷하다.
p398
블랙홀도 구멍이 날 수 있다니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고 감동적이까지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빛도 없는 블랙홀처럼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도 희망이 있음을 호킹복사와 웜홀이론에서 느낍니다.
인플레이션의 선구자들은 몇 단계의 계산을 거친 후에 태초의 우주가 몇분의 1초동안 10의 30승 배로 커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자 하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은하수만큼 커진 셈이다.
p205
보고도 믿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우주 초기에 어떤 물질이 있었길래 공간을 그토록 빠르게 부풀릴 수 있었을까? 인플레이션 이론의 선구자들은 그 후보로 ‘스칼라장scalar field’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스칼라장은 물질의 신비한 형태 중 하나인데,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전기장이나 자기장과 비슷하면서 이들보다 훨씬 단순하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공간의 모든 점에서 ‘크기’와 ‘방향’을 갖는 반면, 스칼라 장은 방향이 없고 크기만 갖고 있다.
p206
신비한 이야기 입니다. 마음과 스칼라장이 관련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런 좋은 책을 볼 수 있었음이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중간중간 재미있기도 하고 과학책이지만 긍정의 힘을 가진 희망적인 책으로 느껴져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