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18 | 2014.10.22 |
건선 치료는 면역력을 높이면 되는 것이니 홍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에서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홍삼 제품이 연속 생산액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인삼과 홍삼 제품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선호도는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홍삼제제 복용이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홍삼을 복용하는 사람 중 80%가량이 “홍삼은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부작용이 없다”라는 말을 믿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제조 회사에서 홍삼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으며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가 되면서 소비 시장이 더욱 넓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누가 먹어도 해가 없는 보양식품’ 이라고 하면, 자신이나 자녀가 복용하기에도, 선물하기에도 적합한 식품이 되겠지요. 물론 인삼과 홍삼은 양기를 보강하는 좋은 약재입니다. 먼저 동의보감의 인삼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인삼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어서 주로 오장의 기가 부족한 데 쓴다... (중략)...인삼은 폐의 화(火)를 움직이게 하니 피를 토하거나 오래도록 기침하는 사람, 얼굴이 검으면서 기가 실한 사람, 혈허하거나 음허한 사람에게는 쓰면 안된다. 인삼을 여름철에 많이 복용하면 심장이 당긴다”. 이처럼 인삼은 기운을 보하는 좋은 약이지만 무턱대고 쓰면 양기 과다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약재를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질환을 치료하는 데 서로 보충하고 도움이 되는 약재를 다양한 법칙에 따라 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처방 과정을 통해 독성이 강한 약재, 혹은 지나치게 튀는 성질을 가진 약재도 환자들이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한약으로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인삼 역시 많은 처방에서 다른 약들과 서로 보충하고 견제하는 작용을 통해 부작용 없이 치료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체질에 맞지 않는 하나의 약재를 보약이라 여기고 계속 복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는 양질의 인삼을 생산하는 나라였습니다. 특히 중국이 우리나라의 인삼을 매우 좋아하여 인삼은 대중국 무역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습니다. 인삼은 좀먹기 쉬운 약재여서, 동의보감에도 인삼을 밀봉해 두는 방법에 대해 따로 언급될 정도입니다. 냉장 보관 시설이 없던 과거에 중국까지 인삼을 신선하게 유통하기는 힘들었으므로 인삼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대표적인 수치방법으로 인삼을 가공하여 홍삼으로 만들어 유통하는 방법이 사용되게 됩니다. 한약재의 성질를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처리법을 ‘수치’법이라고 합니다. 인삼 역시 수치를 통해 홍삼으로 바뀌면 성질이 변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홍삼이 체질에 관계없이 부작용 없이 복용 가능한 약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에는 그 질병이라는 과녁에 명중할 수 있는 정확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치료율을 가장 높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홍삼 함유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명 및 함량’을 살펴보면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각종 식품 첨가물들이 들어가있는 경우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홍삼 가공품을 만드는 업체의 제품 뒷면을 살펴보면, 단맛을 내기 위한 합성감미료와 향을 내기 위한 합성착향료, 오래 달인 것처럼 걸쭉하게 만들어 주는 젤란검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합성착향료는 식욕 증가의 주된 역할을 하는 식품 첨가물로 보통 식욕을 5~10배 정도 항진시켜 비만의 원인이 됩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과자 섭취를 제한하면서 홍삼을 먹이는데, 그 홍삼에 과자에 들어있는 덱스트린시럽이나 수크랄로스, 구연산삼나트륨같은 단 맛을 내기 위한 성분들이 들어있다면 모순적이겠지요.
홍삼을 원료로 한 건강기능식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 제품이 마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인 듯 교묘한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음식이나 식품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체질과 현재의 건강 상태에 맞게 섭취될 때에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요. 감기약이 감기에 걸렸을 때 먹으면 좋지만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감기약을 먹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상식이 일반 건강기능식품에도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건선 환자의 경우에 한의학적으로 피부에 병적으로 열기가 집중되어 불균형이 초래되어 있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러한 환자분들에게 지나친 홍삼제품의 복용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건선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난치성 질환이므로 환자분들은 다양한 치료법을 모색하십니다. 그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어려운 질환일수록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바른 방법으로 치료하여야 합니다. 건선 치료 역시 가장 자연적인 나의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가 가장 바른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