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마음 박성배 대표원장
지난 1부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을
'세포의 반란'이 아닌
'몸속 환경의 SOS 신호'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면역'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때로는 우리 몸을 공격하기도
하는 걸까요?
오늘은 우리 몸의
놀라운 방어 시스템,
'면역'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한 나라의 '국방부'나 '경찰청'에
비유해 볼까요?
이 시스템의 주된 임무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적군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나
내부에서 생겨난 반란군
(암세포 등 비정상 세포)으로부터
우리 몸이라는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마치 24시간 쉬지 않고
국경을 순찰하고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군인이나 경찰관처럼 말이죠.
면역 시스템은 정말 정교하고
복잡하게 작동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선천 면역 (타고난 방어선):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방어 시스템입니다.
마치 성벽이나 해자처럼,
적이 나타나면 일단 종류를 가리지 않고
즉각적으로 방어하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합니다.
피부, 점막, 그리고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후천 면역 (똑똑한 특수부대):
선천 면역이 뚫렸을 때,
혹은 더 강력한 적이 나타났을 때
출동하는 정예부대입니다.
이들은 한번 싸워본 적의
얼굴을 기억했다가 (항원 기억),
다음에 똑같은 적이 침입하면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하게 물리칩니다.

우리가 예방접종을 맞는 것도
이 후천 면역의 '기억 능력'을
활용하는 원리죠.
T세포, B세포 같은 림프구가
이 특수부대의 핵심 요원입니다.
자, 이렇게 훌륭한
우리 몸의 군대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임무가 있습니다.
바로 '나(self)'와
'적이 아닌 나(non-self)'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 입니다.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총을 난사한다면 큰일 나겠죠?
여기서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자기관용(self-tolerance)'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면역 군대가
'우리 편 국민(자기 세포 및 조직)'에게는
절대로 총부리를 겨누지 않도록
훈련되고 통제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건 공격하면 안 되는
우리 몸의 일부야!"라고
인식하는 능력인 거죠.
이 '자기관용'은 주로
두 단계에 걸쳐 확립됩니다.
자가항원에 대한 중심 관용 및 말초 관용
중심 관용 (Central tolerance)
자가 항원에 특이적인 미성숙 림프구는
생성 림프 기관(골수 및 흉선)에서
이러한 항원을 만나 제거될 수 있습니다.
말초 관용 (Peripheral tolerance)
성숙한 자가 반응성 림프구는
말초 림프 조직에서 자가 항원과 만나면
불활성화되거나 제거될 수 있습니다.
중심 관용 (훈련소 교육):
면역세포들이 본격적으로
임무에 투입되기 전,
훈련소(T세포는 가슴샘, B세포는 골수)에서
혹독한 교육을 받습니다.
여기서 '아군 식별법'을 배우고,
만약 우리 몸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불량 세포'로 판단되면
즉시 제거되거나 기능이 억제됩니다.
마치 신병 훈련소에서
피아식별 교육을
철저히 받는 것과 같아요.
말초 관용 (실전 배치 후 관리):
훈련소를 무사히 통과했더라도,
일부 '어리바리한'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려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 몸 곳곳(말초 조직)에는
추가적인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정 면역세포(조절 T세포 등)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진정시키거나,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세포를
잠재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정교한 자기관용 시스템 덕분에
우리 면역 군대는 외부의 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효과적으로 공격하면서도,
우리 몸의 세포나 장기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가면역질환은
왜 생기는 걸까요?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바로 이 자기관용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 면역 군대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거나,
'우리 편을 공격하라'는
잘못된 명령을 받게 되어
자기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이 환자는 20년간 건선으로 인하여 면역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았는데
왜 아직까지 건선이 치료가 되지 않을까요?
3부에서는
이 '자기관용의 붕괴'를 중심으로,
기존 의학이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유전적 요인'과 '금지된 클론' 같은
개념들을 통해 좀 더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과연 우리 몸속 수호자는
왜 갑자기 돌변하는 걸까요?
다음 편 예고:
전통적인 시각 - '배신한 세포들'과
'유전적 불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