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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진 ] 습진 10부작
3부: 내 몸 속 숨겨진 원인, ‘새는 장 증후군’ :하늘 마음 한의원의 관점 |
환자분께서, 지난 시간에는 습진이 가져다 주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고통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특히 우리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에 대해 하나씩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피부는 내부 장기의 건강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피부에 나타나는 문제는 단순히 피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오늘 다룰 ‘새는 장 증후군 (Leaky Gut Syndrome)’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새는 장 증후군’ 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몸의 허술해진 국경 ‘새는 장 증후군’ 이라는 말이 조금 생소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장 투과성 증가’ 라고도 불리는데, 말 그대로 우리 장의 점막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마치 ‘물이 새는 것처럼’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 장벽을 한번 상상해 보실까요? 건강한 장벽은 마치 촘촘하고 견고한 국경 수비대와 같습니다. 이 수비대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처럼 '선량한 시민'은 안전하게 통과시키지만,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나 독소, 유해균 같은 '침입자'들은 철저히 막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장 세포들 사이는 ‘치밀 결합(Tight junction)’ 이라는 구조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어 아무것이나 함부로 혈액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죠.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장벽이 손상되면, 국경 수비대가 허술해진 것처럼 장 세포 사이의 치밀 결합이 느슨해지고 틈이 벌어지게 됩니다. 마치 구멍이 숭숭 뚫린 체처럼 말이죠. 이렇게 되면 원래는 걸러져야 할 유해 물질들이 혈액 속으로 쉽게 침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새는 장 증후군’의 핵심입니다. 무엇이 우리 장을 ‘새게’ 만들까요? 그렇다면 무엇이 이 중요한 장벽을 손상 시키는 걸까요? 이는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잘못된 식습관: 가공식품, 인스턴트 음식, 정제된 탄수화물, 설탕, 그리고 특정 개인에게 맞지 않는 음식 (예: 글루텐, 유제품 등)의 과도한 섭취는 장 점막에 염증을 유발하고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장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장 운동을 방해하고, 장벽의 투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장내 세균 불균형 (Dysbiosis): 우리 장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지면 유해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들이 장벽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약물 오남용: 항생제, 소염 진통제 등의 잦은 사용은 장내 유익균을 죽이거나 장 점막을 자극하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감염: 칸디다균 과증식, 소장 내 세균 과다 증식(SIBO), 기생충 감염 등도 장벽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는 장과 습진, 그 연결 고리는 무엇일까요? 이렇게 장벽이 허술해져서 유해 물질들이 혈액 속으로 흘러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들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합니다. 마치 국경이 뚫려 적군이 쳐들어온 상황과 같아서, 면역 군대는 이들을 공격하기 위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죠. 문제는 이러한 염증 반응이 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전신적인 염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 몸은 이렇게 혈액 속에 떠다니는 독소들을 어떻게든 배출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때 주요 해독 기관 중 하나인 피부가 그 배출 통로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피부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이것이 바로 습진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특히, 새는 장 증후군은 왜 특정 음식을 먹었을 때 피부에 직접 닿지도 않았는데 습진이 심해지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장벽이 느슨해지면 소화가 덜 된 음식물 분자들이 혈액으로 쉽게 유입되고, 이에 대한 면역 반응이 피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실제로 습진 환자분들에게서 새는 장 증후군이 더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증상의 심각도 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됩니다. 이러한 새는 장 증후군과 피부 질환의 연관성은 우리 몸의 피부 장벽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라그린(filaggrin) 단백질 연구를 통해서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필라그린 유전자 변이는 피부 장벽을 약화시켜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이 필라그린 및 관련 단백질들이 장 점막 장벽 기능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동일한 유전적 또는 시스템적 취약성이 피부와 장 양쪽의 장벽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특정 개인은 피부 장벽 약화와 함께 장 투과성 증가 (새는 장 증후군)에도 더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습진 치료에 있어 왜 내부적인 접근, 특히 장 건강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강력한 근거를 제공합니다. 또한, 새는 장 증후군은 장내 미생물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진 장내 세균 불균형(dysbiosis)은 장 점막을 손상시켜 새는 장을 유발할 수 있고, 반대로 새는 장으로 인해 장내 환경이 더욱 악화되어 유해균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둑이 한번 무너지면 물살이 더욱 거세져 둑의 다른 부분까지 계속해서 허물어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치료는 단순히 장벽을 복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 내 미생물 생태계의 건강한 균형을 회복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근본적인 해결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하늘 마음 한의원의 장 건강 중심 치료 철학 저희 하늘 마음 한의원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장-피부 축(Gut-Skin Axis)’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만성 피부 질환 치료의 근본을 장 건강 에서부터 찾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치료 프로그램 중에는 ‘장 면역 회복’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새는 장 증후군과 더불어 우리 몸 속에 쌓여 피부를 병들게 하는 ‘사중 독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