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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 건선 10부작
2부: 건선과 자가면역이라는 이름표, 그 만남의 역사 |
안녕하세요. 건선의 깊은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1부에서 우리는 건선이 단순히 '내 몸이 나를 공격하는 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오늘은 건선이 왜, 그리고 언제부터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조금은 무거운 이름표를 달게 되었는지, 그 역사 속으로 하늘마음과 함께 한 걸음 들어가 보겠습니다.
때는 20세기 중반, 면역학이라는 학문이 눈부시게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과학자들은 현미경을 통해 건선 피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죠.
그곳에서 그들은 우리 몸의 방어군, T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들이 피부 세포 주변에서 마치 전투를 벌이듯 활발하게 움직이며 염증을 일으키고, 피부 세포들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도록 부추기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우리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갑자기 우리 집(피부)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요?
"아니, 우리 편이어야 할 면역세포가 왜 소중한 내 피부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혹시 아군과 적군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러한 관찰과 질문 속에서, 건선은 '자가면역', 즉 면역계가 자기 자신의 조직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한다는 이론으로 설명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충성스러운 경비견이 갑자기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짖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죠.
특히, 면역계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는 약물 (예: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을 사용했을 때 건선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역시, 면역을 억제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구나!" 하는 생각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마치 말썽꾸러기 아이를 잠시 조용히 시키니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였던 것이죠.
최근에는 더욱 정교한 무기들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생물학적 제제'인데요, 이 약들은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신호전달 물질 (예: TNF-알파, 인터류킨)만을 콕 집어 차단하는, 마치 정밀 유도 미사일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제제들은 특히 심한 건선 환자들에게 극적인 증상 개선 효과를 보여주었고, 이는 건선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확신에 쐐기를 박는 듯했습니다.
눈부신 치료 효과 앞에서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하늘마음의 방식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요?
이 모든 과정이 '결과'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닐까요?
면역세포가 활발하고, 염증이 일어나고, 그래서 면역을 억제하니 좋아지는 현상
이것이 과연 건선의 '시작'까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혹시 면역계는 어떤 '숨은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면역억제는 그 '이유'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면역계의 '반응'만을 잠재우는 것은 아닐까요?
마치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처럼 말이죠.
이러한 질문들이 바로 오늘날 건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출발점입니다.
면역억제제를 중단했을 때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리바운드' 현상은 이러한 의문에 더욱 힘을 실어줍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3부에서는 이 의문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연쇄상구균 감염'이 건선과 어떤 비밀스러운 춤을 추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하늘마음으로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목감기가 어떻게 피부병을?" 궁금하시다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