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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 건선 10부작
7부: 면역계의 혼돈, 건선은 오인 사격의 결과일까? |
안녕하세요, 건선의 심층적인 원인을 탐색하는 여정, 일곱 번째 장을 엽니다.
지난 시간에는 면역억제 외에 건선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 속 실천 방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왜 그토록 피부를 힘들게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이론, 바로 '면역 혼돈 이론(Immune Confusion Theory)' 또는 '교차반응(분자적 모방) 이론'을 하늘마음의 시선으로 함께 풀어가 보겠습니다.
'면역 혼돈 이론'이란, 말 그대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혼란에 빠져 아군과 적군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항원의 특정 부위(단백질 구조)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상적인 조직의 단백질 구조와 매우 유사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면역계는 원래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는데, 그 침입자와 너무나 닮은 우리 몸의 조직까지 적으로 오인하여 함께 공격하게 되는 것이죠.
이를 '분자적 모방(Molecular Mimicry)'에 의한 '교차반응'이라고 부릅니다.
건선의 경우, 앞서 여러 차례 언급된 '연쇄상구균'이 교차반응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연쇄상구균의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 구조가 우리 피부 각질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구조와 놀랍도록 비슷해서,
면역계가 원래는 연쇄상구균을 퇴치하기 위해 만들어낸 항체나 활성화된 T세포들이 실수로 피부 각질세포까지 공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T 세포
마치 수배 전단 속 범인의 인상착의와 우연히 비슷한 옷차림을 한 무고한 시민이 경찰에게 오해를 받아 체포되는 안타까운 상황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건선은 면역계가 '미쳐서' 자기 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교활한 적(병원균)에 대항하여 정상적인 방어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적과 아군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슬픈 오해' 또는 '안타까운 오인 사격'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면역계는 사실 잘못된 것이 아니라, 외부 병원균을 퇴치하려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 피부가 의도치 않게 희생양이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연쇄상구균의 일종인 '스트렙토코커스 파이오제니스 (Streptococcus pyogenes)'의 표면 단백질이 인간 피부의 케라틴 단백질과 분자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Streptococcus pyogenes)
이는 특히 편도염 후 급성으로 발생하는 '물방울형 건선'의 발생 기전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또한, 물방울형 건선 외에도 HIV나 EBV 같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 후에 건선이 악화되거나 발생하는 사례들이 보고되는데, 이 역시 다양한 외부 항원과 우리 몸 조직 간의 교차반응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만약 면역 혼돈 이론이 건선 발생의 중요한 기전이라면 치료의 방향도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히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면역계의 '오인'을 유발하는 진짜 원인, 즉 외부 항원(연쇄상구균 등)을 우리 몸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하거나 관리하지 않으면, 면역계는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뿌리가 되는 항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건선은 단순한 자가면역 질환이라기보다는 '외부 감염과 연관된 교차반응'이라는 설명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8부에서는 이러한 최신 연구 동향을 바탕으로, "건선은 정말 자가면역질환인가?" 를 둘러싼 학계의 논쟁과 다양한 주장들을 하늘마음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