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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 건선 10부작
8부: 건선, 자가면역의 이름표를 다시 생각하다. 최신 연구 동향 |
건선의 깊은 바다를 항해하는 여덟 번째 시간입니다.
7부에서는 우리 면역계가 외부 침입자와 우리 몸 조직을 혼동하여 발생하는 '교차반응'이 건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면역 혼돈 이론'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새로운 관점들을 바탕으로, 최근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건선은 과연 전통적인 의미의 자가면역질환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관련된 다양한 주장들, 그리고 그에 대한 반론들을 하늘마음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오랫동안 건선은 '자가면역질환'이라는 큰 우산 아래 분류되어 왔습니다.
이는 건선 피부에서 면역세포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면역억제 치료가 효과를 보인다는 관찰에 근거한 것이었죠.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건선을 단순히 '자가면역'이라는 용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들은 이것이 마치 '결과'만을 보고 '원인'을 섣불리 단정 짓는 것과 같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전형적인 자가면역질환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가항체(스스로를 공격하는 항체)'가 건선에서는 항상 명확하게 발견되거나 주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둘째, 앞서 계속 강조했듯이, 연쇄상구균 감염과 같은 외부 요인이 건선의 발생 및 악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임상적, 연구적 증거들이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건선이 순수하게 내부의 면역계 오류로만 발생한다면, 외부 감염이 이렇게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자가면역'이라는 용어가 실제 원인인 '숨은 감염'이나 '환경적 유발 요인'을 간과하게 만들고, 치료 전략을 오직 면역억제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함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마치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면역 반응)에만 집중한 나머지, 진짜 범인(감염원)이나 범행 동기(환경 요인)를 놓치는 수사와 같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가 건선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데, 어떻게 자가면역질환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라고 반문합니다.
실제로 건선 환자의 피부에서는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고 염증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면역 반응을 조절했을 때 증상이 극적으로 호전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연쇄상구균이나 다른 감염이 건선을 유발하는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질병이 진행되고 유지되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은 결국 자가면역적인 과정이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양측의 주장을 절충하여, 건선을 어느 한쪽으로만 규정하기보다는 자가면역적 요소와 감염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면역 매개성 염증 질환(IMID)'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즉, 유전적으로 특정 소인을 가진 사람이 연쇄상구균 감염이나 스트레스, 특정 약물 등의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었을 때, 면역계가 과도하거나 비정상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자가면역적인 기전이 부분적으로 활성화되어 피부에 염증과 각질 증식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여러 배우와 복잡한 플롯이 얽혀 있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건선 역시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면적인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결국 건선은 단순한 흑백논리로 풀 수 없는 복잡한 수수께끼와 같습니다.
9부에서는 이렇게 다면적인 질환인 건선을 어떻게 관리하고, 면역억제 외에 어떤 대안적인 접근 방법들이 있는지 하늘마음과 심도 있게 탐구해보겠습니다.
우리 몸의 지혜를 믿고 함께 길을 찾아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