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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 아토피 10부작
4부: 한의학, 아토피의 뿌리를 진단하다, 체질과 유형별 접근 |
앞선 시간들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이 단순한 피부 표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속 깊은 곳의 불균형, 특히 '새는 장 증후군'과 그로 인한 '사중 독소'의 축적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몸속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아토피의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할까요? 증상 너머를 보는 눈: 전인적(全人的) 진찰의 중요성 한의학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람 전체를 보는 관점'입니다. '한의학은 나무만 보지 않고 숲 전체를 봅니다. 피부 증상 너머 환자분의 전체적인 몸 상태와 타고난 체질, 생활 습관, 심리 상태까지 면밀히 살피는 이유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라는 같은 질환명을 가지고 있더라도, 환자 개개인의 몸 상태와 내부 불균형의 양상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는 '변증(辨證)'이라는 독특한 진단 과정을 통해 각 환자에게 맞는 치료 방향을 설정합니다. 변증이란, 환자가 호소하는 주요 증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상태, 맥(脈), 혀(舌), 안색, 목소리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여 현재 몸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즉 병의 성질과 원인, 위치 등을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아토피 치료에 있어 천편일률적인 접근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단계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의 한의학적 유형: 내 몸은 어떤 상태일까요? 한의학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거나 악화 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몸 속의 '열(熱)', '습(濕)', '풍(風)'의 과도함이나 '혈(血)' 또는 '진액(津液)'의 부족 등을 꼽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어떻게 조합되고, 환자의 체질과 어떻게 상호 작용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변증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진료에서는 환자분의 상태가 한 가지 유형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여러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 과정에 따라 주된 유형이 변화하기도 합니다. 숙련된 한의사는 이러한 복잡성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아토피 피부염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몇 가지 대표적인 한의학적 유형과 그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태열(胎熱)' 유형은 주로 영유아기 아토피에서 많이 언급됩니다. 피부에는 전반적으로 붉은 발진이나 오돌토돌한 좁쌀 같은 발진이 잘 생기고, 가려움과 함께 미세한 각질이나 딱지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주로 얼굴, 머리, 팔다리의 펴지는 쪽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화가 잘 안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으며, 혀는 붉고 설태가 적고, 맥은 느리면서 미끄러운 듯한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지고 나온 불필요한 열 기운이 연약한 피부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작은 화분에 너무 뜨거운 기운이 가득 차 여린 새싹이 힘들어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풍열(風熱)' 유형은 증상이 급격하게 나타나거나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려움이 특정 부위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바람(風)'과 같은 특징과,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열감이 느껴지는 '열(熱)' 증상을 동반합니다. 피부 발진이 붉고 몹시 가려우며, 긁으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감기 초기처럼 바람을 싫어하거나 미열이 있고, 목이 아프거나 입이 마르는 등의 전신적인 풍열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혀끝이 붉고 맥이 빠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치 피부에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휙 불어닥쳐 가려움도 바람처럼 옮겨 다니고, 피부는 후끈거리며 붉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습열(濕熱)' 유형은 몸이 무겁고, 피부 증상과 함께 끈적끈적한 느낌이나 진물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악화되기 쉽습니다. 피부가 붉고(홍반), 부어오르며(구진, 부종), 물집(수포)이 잡히거나 진물(삼출물)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진물이 마르면 노란색 딱지(가피)가 생기기도 하며, 가려움도 매우 심합니다. 대변이 무르거나 시원하지 않고, 소변 색이 진하며, 혀에 누렇고 끈적한 설태가 끼고, 맥이 미끄럽고 빠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배에 가스가 잘 차고 더부룩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 몸속에 덥고 끈적끈적한 수증기가 가득 차 빠져나가지 못하고 피부로 넘쳐흐르는 모습, 그래서 피부가 질척거리고 진물이 나면서 가려움도 심해지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혈허조조(血虛風燥)' 유형은 아토피가 오래되어 만성화된 경우에 많이 나타납니다. 피부가 매우 건조하고 거칠어지는 것이 주된 특징입니다. 피부가 마치 가뭄에 마른 논바닥처럼 건조하고 윤기가 없으며, 각질이 많이 일어나고 심하면 갈라지기도 합니다. 긁은 상처(소파흔)와 피딱지(혈가피)가 흔하며, 피부가 두꺼워지고(태선화), 색소 침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려움은 밤에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굴색이 창백하거나 누렇게 뜨고, 어지럼증이나 피로감을 쉽게 느끼며, 입이 마르지만 물은 많이 마시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혀는 색이 연하고 건조하며, 맥은 가늘고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바싹 마르고 갈라지는 것처럼, 우리 몸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혈(血)'이라는 자양분이 부족해져 피부가 건조해지고 거칠어지며 가려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새는 장, 사중 독소와 한의학적 유형의 만남 저희 하늘마음 한의원의 '새는 장 이론'과 '사중 독소 이론'은 이러한 한의학적 변증 유형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습열(濕熱)' 유형의 환자분들은 장 내 환경이 좋지 않아 장 독소가 많이 생성되고, 이것이 간과 혈액을 거쳐 피부에 염증과 습한 기운을 유발하는 사중 독소의 과정과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혈허조조(血虛風燥)' 유형은 만성적인 염증과 독소의 영향으로 몸의 진액과 혈이 소모되어 나타나는 결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의학적 변증은 아토피의 다양한 양상과 그 기저에 깔린 몸속 불균형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환자분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한 후에는, 몸속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고 면역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본격적인 치료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저희 하늘 마음 한의원의 핵심 치료법 중 하나인 '사중 해독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